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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ng and winding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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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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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늙지 않았군 그래.”

윌리엄 스트라이커 대령이 저 말을 할 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울버린은 늙지 않지만, 휴 잭맨은 그새 참 많이 늙었다. 근육을 키우겠다고 엄청난 트레이닝을 했다던데, 근육의 훌륭함이 얼굴의 주름까지 가려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소 뒤에는 약간 우울해졌다. 마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없는 터미네이터:샐베이션을 기다려야만 하는 씁쓸함이 반복될 것만 같은 우울함.

미국의 많은 독자들은 코믹스로 엑스멘을 기억하고 있겠지만, 아마도 나와 같은 한국의 많은 팬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리에게 엑스멘의 세계는 브라이언 싱어의 1, 2편의 세계이고, 따라서 그가 메가폰을 잡지 않은 3편이나 이번 프리퀄의 엑스멘은 그저 일종의 보너스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너스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휴 잭맨이 여전히 나오고, 패트릭 스튜어트가 깜짝 출연하며, 어린 시절의 스콧이 등장한다는 공통점,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이 세계의 세계관 덕분이다.

게다가 좀 어정쩡했던 3편과는 달리, 엑스멘 탄생: 울버린은 그다지 많은 얘기를 하지 않는다. 로건이 기억을 잃어버린 이유는 이래서 그렇고, 울버린을 둘러싼 군사 실험이란 건 이런 것이었으며, 이렇게 이후의 영화가 시작된다는 내용을 군더더기없이 신나게 보여준다. 같이 본 아내는 액션 장면들이 좀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휴 잭맨이 멋지게 걸어가면 잠시 후 그 뒷배경으로 폭발이 일어나는 식의…) 얘기도 했지만, 사실 그런 도식적인 면까지 별 생각없이 영화를 보는 걸 도와준다. 여태까지 다른 엑스멘 시리즈가 그래 왔듯이,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야만 나오는 한 장면이 더 있으니, 좀 허무하더라도 자리를 지킬 필요는 있다.

Written by 가슴시린

5월 6th, 2009 at 10: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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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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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훌륭한 영화평을 읽고는 도무지 더 나은 감상을 쓸 생각이 들질 않는다. 세상에나,

스쿠프는, “웃음이 뭘 구원할 수 있다고는 추호도 믿지 않는다. 그저 주의를 잠깐 돌리게 유도할 뿐이다”라는 우디 앨런의 지론을 가장 가벼운 터치로 실현한 간주곡이다. 평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강약 중강약을 반복하며 세금 내듯 영화를 만들고 있는 노장의 일보 일보는 실망에 앞서 안도감을 자아낸다. 로버트 알트먼 감독을 잃은 지금은 더욱. 친애하는 우디 앨런의 큐사인에 따라 짐짓 크게 폭소하며, 우리는 이제 웃는 동시에 무엇인가를 그리워하고 있다.

바로 내 맘이었다니까, 정말!

대한민국에 김혜리 기자보다 뛰어난 영화평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앞으로 5년 쯤은 나오지 않을 것만 같다. 최고. 그래서, 사실 별로 영화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다만, Story. 특종(Scoop)을 끝도 없이 건져올리던 기자는 저승에서도 스토리를 위해 이승으로 돌아오고, 햇병아리 기자 지망생 매력덩이 금발 아가씨는 오로지 ‘운이 좋아’ 최고의 스토리를 써낸다. 이들이 쓰는 건 진짜 스토리다. 지면의 한계로 단어 수를 줄여야 하고, 준말만 써야 하며, 정해진 형식에 따라 써내려가야 하는 판에 박힌 그런 기계적 기사 말고, 진짜 스토리. 스토리에 미친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이 부러웠을 정도다.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5th, 2008 at 3:29 오전

프레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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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날 봤으니까 아마 지금쯤 영화를 본지 대략 72시간째.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고 난 뒤 떠올랐던 갖가지 잡생각들은 지워지고, 한 가지 장면만이 줄기차게 떠오른다.

그건 두 주인공이 한마디씩 내뱉는 고통의 내공 싸움. 쌍둥이가 한 사람처럼 살아가기 위해 멀쩡한 손가락을 잘라야 했고, 한 여자를 두 사람이 사랑해야 했던 그 고통. 그리고 끝없이 두 사람으로 분열하는 마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매번 기계장치에 설 때마다 죽음의 고통과 갈채의 환희 사이에서 번민하던 그 고통.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그 상황이 단순한 트릭같았고, 두뇌 싸움에서 싱겁게도 미리 결말을 짐작해버린 나는 영화가 막상 끝나자 ‘시시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이 꽤 괜찮았는지, 몹시 쌀쌀해진 서울 거리를 터벅터벅 걷다보니 갑자기 가슴에 오한이 밀려온다. 두 경우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어떻게 그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쓸데없이 늘어지며 이미 결말을 알아버린 관객들을 대상으로 대사를 쏟아넣은 막판 연출은, 막이 내린지 72시간 뒤에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기 위한 감독의 술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스칼렛 요한슨은 점점 스스로를 마릴린 먼로의 그늘에 가두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훨씬 달라질 수 있을텐데. 진주귀고리 소녀의 그리트가 왜 마릴린 먼로의 재판이 돼야 하는 것일까. 마이클 케인은, 어쩔 수없이 숀 코넬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같은 영화에 함께 출연하곤 했던 두 사람은, 꽤 비슷하면서도, 꽤 다르게 나이를 먹어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둘 다 멋지다.

또 하나. 크로아티아 출신의 니콜라 테슬라. 사실, 데이빗 보위의 액센트가 꽤 멋들어졌던 것 이상으로, 배역 자체가 멋졌다. 전기를 사야겠다.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5th, 2008 at 2:57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