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ettist

the long and winding road

Archive for the ‘피터잭슨’ tag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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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는 얘기를 지나치게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사실 생각보다 실망입니다. 도대체 쥬라기공원과 킹콩의 대결이라는 설정도 너무 지나치게 아동용스럽고, 피터잭슨 스타일의 각종 희귀생물들과의 전투는 오우삼이 쌍권총 액션을 남발하는 것 만큼이나 지루한 반복입니다.

킹콩의 표정을 저 정도로 살려낸 테크놀로지에게는 박수를 쳐주고 싶고 묘하게 피터 잭슨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여겨지는 잭 블랙도 매력적이지만, 정작 히로인 나오미 와츠의 연기는 부담스러운 한편 평범하고, 애드리언 브로디는 도무지 존재가 느껴지질 않습니다. 배우들이 스스로 못난 배우가 아닌데도요.

뭔가 심하게 있을 법하던 벤처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알고보니 별 게 아니었고, 사실상의 ‘아버지’를 떠나보낸 꼬마 선원 지미도 전혀 성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이들은 도대체 왜 등장했던 걸까요? 죽어주러?

게다가 마지막에 나와서 “It was a beauty killed the beast”라고 설명해주던 잭 블랙은 심히 당황스럽습니다. 마지막 대사가 그것밖에 없나요? 쓸데없이 등장하는 벌레 몇 마리만 지워도 각본에 돈을 좀 더 쓸 수 있었을텐데.

조조영화를 예매해서 본 게 도대체 몇 년만인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조조영화로 보러 갔더랩니다. 기대를 잔뜩하고요. 쳇, 좀 더 잘 걸. 시간될 때 봤으면 될 것을. 와이어드와 씨네21이 난리를 쳐서 기대도 잔뜩했는데 쩝. 

그래도 이 포스트를 읽으면 킹콩의 좋았던 부분들만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늙고 지친 전사같은 느낌의 킹콩”에는 저도 콧날이 시큰하더라구요. 킹콩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4th, 2008 at 4:15 오전

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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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요즘 세상천지 어딜 가도 영화이야기를 꺼내면 이 대단원의 완결편 ‘왕의 귀환’ 이야기를 하고 있겠죠. 전혀 창의력없이, 저도 이 이야기를 합니다. 어쩌겠어요. 그나마 간신히 짬내어 본 요즘 영화인걸.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기억나는 건 몇 장면 되지 않아요. 그 중 가슴에 와 닿았던 건, 원작에서는 휘황찬란한 광채를 쏟아부을 줄로 알았던 안두릴이(사실 한참 전에 등장해야 했지만, 피터 잭슨이 이제서야 등장시켰던) 마침내 등장했음에도 그저 칼이더라는 것. 아웬이 벌써 3년째 미스캐스팅이라고 욕을 들어먹어서였는지, 3년째 보는 입장에선 이제 아웬 역할을 리브 타일러 말고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싶어지더라는 것.

깨는 것들도 있었죠. 이오윈 같은 여자가 저렇게 대놓고 유혹하는데 싸가지 없는 표정만 짓고 있다가 휙 사라져버리는 아라곤은 인종주의자라는 것!(원래 서쪽 인간들은 요정의 피가 섞여서 오래 산다죠!) 갠달프는 한참 멋있다가도 마법만 보여주면 깬다는 것.(반지원정대편에서 사루만과 싸울 때, 왕의 귀환편에서 링레이스들과 싸울 때.) 갈라드리엘은 아무리 케이트 블랜칫 같은 뛰어난 배우가 연기했다손 쳐도 너무 말이 없고, 표정이 공주틱하여, 부담스러웠다는 것.(하긴, 소설이 이래서 좋은 것이죠. 말로 뻥치면 알아서 상상해주니까.)

각색도 훌륭했어요. 안두릴을 이때까지 감춰왔을 줄이야. 게다가 실사로 보니 소설의 주제의식이 더 극대화되더라구요. 미나스티리스의 왕과 기사, 세상의 모든 고귀한 종족들이 호빗 앞에 절을 올리다니. 샤이어 전투가 없다는 얘기를 진즉 들어왔지만, 그래도 막상 없으니 좀 서운하긴 하더라구요.

레골라스는 아마도 데어데빌이 아닐까(그 천부적인 균형감각!) 싶었고, 이오머는 헝클어져도 헝클어져도 멋있어요. 어설픈 리차드 기어라고 저 스스로 작년에 무지 험담을 쏟아 내었던 파라미르도 아웬효과(!)와 마찬가지로, 이제 더 이상 다른 파라미르를 생각하기 힘들 것 같고, 프로도는 일라이저 우드가 나이를 먹은 덕분이겠지만 영화 속에서도 한 층 성숙해졌더군요.

이제, 매트릭스도, 반지의 제왕도 다 날려 보냈으니, 2005년까지 스타워즈 에피소드3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요? 하여간 이 3부작 영화들 때문에 쓸데없는 고민만 생긴다니까요…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2th, 2008 at 7:41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