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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충격이다. 이럴 수가. CG에 처음 놀라고, 비주얼만으로도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다.
2할 타자의 역전 홈런 가능성, 스위니토드

배트맨이 개봉된지 20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도 팀 버튼 타령인 사람들이 많다. 배트맨, 가위손, 배트맨2로 이어지는 3연타석 적시타의 화려한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에드우드도, 화성침공도, 슬리피할로우도, 범타에 불과했다. 심지어 혹성탈출과 빅피쉬, 유령신부, 찰리와 초콜릿공장은 병살타에 가까웠다. 한 때, 모두가 사랑하던 ‘한 방’을 갖춘 타자였던 팀 버튼은 그렇게 과거의 영웅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실력은 점점 퇴보하는 것 같았고, 고집만 늘어갔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난 팀 버튼을 ‘우리 시대의 가장 과대평가된 감독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우물만 평생 파는 사람은 결국에는 일가를 이루게 마련이다. 다시 또 실베스터 스탤론의 이야기를 할 것도 없이.
난 팀 버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피가 난무하고, 눈을 돌리기 싫은 곳에 일부러 카메라를 클로즈업으로 가져가는 악취미는 영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스위니 토드는 대단했다. 이전까지의 팀 버튼 영화는 악취미가 그저 악취미에 불과했다. 영화와 그 기괴한 악취미는 늘 따로 놀았다. 마치 주류 사회를 향해 “나는 당신들과 다르니, 상품성이 있소”라고 악이라도 쓰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런 차별화가 먹혀들었고,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알 수 없었다. 왜 ‘유령신부’였는지, 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었는지. 그런 결론에 그런 연출의 부조화가 과연 부조화로서 적절하기나 했던 것인지. 웃을 수밖에 없던 조커와, 컴플렉스의 화신일 수밖에 없던 펭귄멘에게 가슴 깊이 동조되고, 가위손 에드워드에게 연민을 느끼던 그 순간들이 영적이고 진실했던 것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이후의 작품들은, 미안하지만, 얄팍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무안타 행진이 반복됐다. 스위니 토드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별 것 아니겠지.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다시 그가 타석에 나올 때 두근거리기 시작할 것만 같이. 변화는 타격 자세였다. 그동안 남들이 아무리 비난해도 절대로 바꾸지 않던 자세가, 이번 타석에선 약간 변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던 그의 드라마가, 다시 시대를 읽어내기 시작했고, 애당초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에게 억지로 캐릭터를 부여하는 대신, 모든 인물에게서 ‘인간다운 감정’이라고 흔히 분류되는 식의 행동을 들어내 버렸다. 이것은, 여기저기서 요구하는 잡다한 요구들에 불안하게 비틀거리며 타협하거나, 아니면 타협하지 않겠다며 엉뚱한 장소에서 판을 벌이던 과거와는 달리, 자신이 규칙을 새롭게 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큰 변화다. 영화는 그 덕분에 몹시도 건조하고, 보는 내내 입 안에서 모래가 서걱거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괴롭고 보기 힘든 장면들이 이어져도 쉽게 눈을 돌릴 수 없는 것은, 이런 변화가 그 상황에 내몰린 표정 없는 인간들의 운명을 안타깝게 여기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배트맨을 봤을 때와 같은 그런 식의 전폭적인 믿음은 가지 않지만, 아마도 다음에는 팀 버튼이 타석에 다시 들어서는 것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면, 아마도 제대로 해석된 루이스 캐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Big Fish

한마디로 “아빠의 구라는 무죄”라고 이 영화를 먼저 본 누군가가 그러더라구요.
동의하지만, 그것 말고도 한마디로 또 정리해보라고 한다면, “진실보다는 잘 짜여진 허풍이 더 진실답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아버지는 끊임없이 자신도, 아들 윌도 ‘이야기꾼’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윌은 받아들이지 않아요. 윌은 기자거든요. 사실들을 모으고 진실을 궁금해하는 기자. 그래서 허풍투성이 거짓말처럼 보이는 아버지의 이야기들을 아무 것도 믿지 못하고 결국 아버지와의 대화에 짜증을 냅니다.
그렇지만, 결국 기자가 바라보는 진실과 이야기꾼 아버지가 허풍투성이로 과장한 세상은 별로 차이나지 않는 것이었어요.
바꿔 보자면,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혹은 미디어를 접하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그 행위들에 대해 팀 버튼은 나름대로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걱정말라고. 속아도 괜찮을 수 있는 법이라고.
안이하고 편안한 유혹일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 ‘빅 피쉬’는 상당히 그럴싸하게 이런 유혹을 던집니다. 빠져 들면 안 된다고 무슨 운동가처럼 입에 거품을 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거품은 현실세계에서 수도 없이 물잖아요? 영화 러닝타임 동안 만큼이라도 풍덩 거짓과 허구의 마술같은 세계에 빠져들면 되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