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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ng and winding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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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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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날 봤으니까 아마 지금쯤 영화를 본지 대략 72시간째.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고 난 뒤 떠올랐던 갖가지 잡생각들은 지워지고, 한 가지 장면만이 줄기차게 떠오른다.

그건 두 주인공이 한마디씩 내뱉는 고통의 내공 싸움. 쌍둥이가 한 사람처럼 살아가기 위해 멀쩡한 손가락을 잘라야 했고, 한 여자를 두 사람이 사랑해야 했던 그 고통. 그리고 끝없이 두 사람으로 분열하는 마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매번 기계장치에 설 때마다 죽음의 고통과 갈채의 환희 사이에서 번민하던 그 고통.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그 상황이 단순한 트릭같았고, 두뇌 싸움에서 싱겁게도 미리 결말을 짐작해버린 나는 영화가 막상 끝나자 ‘시시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이 꽤 괜찮았는지, 몹시 쌀쌀해진 서울 거리를 터벅터벅 걷다보니 갑자기 가슴에 오한이 밀려온다. 두 경우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어떻게 그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쓸데없이 늘어지며 이미 결말을 알아버린 관객들을 대상으로 대사를 쏟아넣은 막판 연출은, 막이 내린지 72시간 뒤에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기 위한 감독의 술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스칼렛 요한슨은 점점 스스로를 마릴린 먼로의 그늘에 가두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훨씬 달라질 수 있을텐데. 진주귀고리 소녀의 그리트가 왜 마릴린 먼로의 재판이 돼야 하는 것일까. 마이클 케인은, 어쩔 수없이 숀 코넬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같은 영화에 함께 출연하곤 했던 두 사람은, 꽤 비슷하면서도, 꽤 다르게 나이를 먹어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둘 다 멋지다.

또 하나. 크로아티아 출신의 니콜라 테슬라. 사실, 데이빗 보위의 액센트가 꽤 멋들어졌던 것 이상으로, 배역 자체가 멋졌다. 전기를 사야겠다.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5th, 2008 at 2:57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