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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잭 스패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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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카리브의 해적을 ‘해적 로망’으로 표현하는 모양이지만, 글쎄요. 해적의 로망이라고 부르기에는 로망의 주인공이어야 할 잭 스패로우의 블랙펄이 평소에 뭘 하는지 전혀 나오지 않고, 바다사람들의 멋을 보여주기엔 바다 대신 CG만 가득차 있는데, 그래도 해적 로망일까요?

오히려 이 시리즈는 실제로 허풍 외에는 대단한 걸 별로 보여주지 못하는 엉뚱한 영웅 ‘캡틴 잭 스패로우’의 엉뚱한 일대기를 허풍을 치며 보여주는 디즈니 가족 만화에 훨씬 가깝죠. 화려한 등장인물과 기괴한 악당, 공포스러운 바다괴물과 그 앞에서도 여유를 부리며 농담을 건네는 매력 만점의 주인공. 

바로 그 덕분에, 제가 봐도 다시 보고 싶고, 아마 애가 있어도 데려가고 싶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등장한 거라 생각해요. 어릴 적, 극장은 가족 단위 외출 장소였죠. 인디애나 존스를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영 셜록 홈즈와 구니스 등에 열광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새 극장의 위치가 바뀌었어요. 꼬마들이 좋아하는 영화, 틴에이저 영화, 20대의 영화, 3,40대의 영화, 중장년층의 영화 등등으로 나뉜 거죠.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미션 임파서블3을 보러 가기는 좀 어색하지 않을까요? 요즘 꼬마들이 과연 슈퍼맨 리턴즈로 과거의 꼬마들처럼 리턴할 수 있을까요? 다빈치코드? 엑스맨? 그런 영화들이?

카리비안의 해적은 정치적 함의 따위는 벗어던지고(카리브의 식인종이야 별개로 치더라도) 순수하게 클래식한 스타일의 영화 세계를 만들어 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배우들은 연기를 잘 하고,(그것도 너무 잘 하고) 연출은 쉴새없는 긴장과 눈요깃거리를 만들어 내며, CG는 과장되지 않았고, 음악은 슈퍼맨과 스타워즈의 테마송에 버금갑니다.(특히 잭 스패로우 선장의 테마는 더욱!) 제리 브룩하이머의 기획력도 한 몫 거들었겠죠, 물론.

이건 누구 한 명의 천재성도 아니고, 아이디어의 승리도 아니고, 시대를 타고난 것도 아닙니다. ‘장인 정신의 위대한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뛰어난 기술자들이 숙련된 솜씨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수작을 만들어내는!

하지만, 모든 칭찬을 뛰어넘는 한 마디가 있었으니, 캡틴 잭 스패로우의 존재. 이 위대한 허풍쟁이 선장에 대한 여성들의 찬사는 정말 연령을 초월합니다. 8살 어린이는 ‘멋있다’고 표현하고, 16세 여고생은 비명을 지르더군요. 20대 여성들은 섹시하다며 난리법석이고, 30대 여성들은 귀여워 죽겠다고 말합니다.

스패로우 선장과 엘리자베스 스완의 키스씬은, 제작진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거에요. “왜 저렇게 멋진 주인공에게 키스씬의 기회도 주지 않느냐”는 항의에 대한. 올랜도 블룸의 물오른 연기와 꽃미남 마스크가 지저분하기 이루 말할 데 없는 해적선장의 야성의 매력에 빛을 잃었습니다. 역시, 못된 남자가 매력 있어요.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5th, 2008 at 2:09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