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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ng and winding road

Archive for the ‘잭블랙’ tag

쿵푸 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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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슈렉’ 때부터 계속해서 드림웍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픽사가 토이스토리 이후 연타석 홈런을 때려가며 CG의 새 경지를 열어가고 있는 걸 보면 어떻게든 이 돈 되는 CG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생겼을 것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요즘 HP의 이 산업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다. IT라는 게 금융업에서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숫자 흐름 정도로 생각했던 엔지니어들에게, ‘만화영화로 대박난다’는 현실은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그래서 그들은 최근에는 자신들의 입으로 “요즘 IT 산업을 바꾸는 힘은 금융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라고 강조하곤 한다.

쿵푸팬더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다름 아닌 진일보한 CG기술이었다. ‘몬스터주식회사’에서 픽사가 처음 선보여 격찬을 받았던 바람에 한 올 한 올 날리는 자연스러운 털의 묘사는 ‘라따뚜이’에 이르러 ‘한 컷에 털북숭이는 하나만’이라는 불문율을 깨고 털북숭이 쥐떼를 끌어들이며 더 높은 차원으로 진화했다. 드림웍스의 쿵푸팬더는 아예 털북숭이 동물들로만 화면을 구성한다. 슈렉을 만들 때만 해도 털북숭이 동물은 클로즈업되는 컷에서가 아니라면 대충 렌더링되고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쿵푸팬더에선 확실히 다르다. 말 그대로 이 애니메이션에서 동물들은 살아서 춤을 춘다.

아마도 드림웍스 제작진들은 “털북숭이 동물들이 쿵푸도 하는데 이쯤이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2D애니메이션으로 된 꿈을 꾸다가 주인공 포가 깨어났을 때 돌아오는 ‘현실 세계’인 포의 방의 묘사는 극사실주의적이어서 실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오히려 더 놀라운 것은 방을 벗어났을 때부터 등장하는 만화적인 쿵푸팬더의 세계다. 극사실적인 질감으로 이뤄진 비현실적인 세계. 제작진들은 “있을법하지만 실재하지는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중국의 그림들부터 일본 만화와 쿵푸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주얼을 섭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몹시도 비현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이고, 손으로 그린 그림을 보는 것 같은 한편으로, 유리창을 통해 다른 차원을 내다보는 듯한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해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HP가 후원한 400여 대의 워크스테이션과 1600여 대의 서버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기술 발전을 이끈다’고 큰소리를 치기는 어렵다. 이번 프로젝트의 최대 성과라고 HP가 자랑하는 건 다른 데 있다. 바로 ‘드림컬러’라는 이름의 액정모니터. CRT보다 색 표현 능력이 부족해 전문가들이 기피하던 LCD 모니터의 색 표현력을 극단적으로 높여 CRT와 구분하기 힘든 수준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LCD 모니터다. 그러니까, 그동안 CRT모니터로 비좁은 책상을 가득 채울 수 없었던 아티스트들에게, 드디어 검은 것을 검다고 할 수 있고, 하얀 것을 하얗다고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셈이다.

픽사가 만들어낸 렌더링 ‘렌더맨’은 3D 애니메이션의 표준이 됐다. 소니의 시네알타도 디지털 촬영장비 시장의 표준과 같다. HP의 드림컬러와 워크스테이션은 과연 이 시장에서 또 하나의 디팍토스탠다드가 될 수 있을까. 픽사도, 소니도, 결국 장인들의 손 끝에서 ‘O.K.’ 사인을 받아내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HP에게도 아직 기회가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23rd, 2008 at 4:10 오전

킹콩

without comments

재미있다는 얘기를 지나치게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사실 생각보다 실망입니다. 도대체 쥬라기공원과 킹콩의 대결이라는 설정도 너무 지나치게 아동용스럽고, 피터잭슨 스타일의 각종 희귀생물들과의 전투는 오우삼이 쌍권총 액션을 남발하는 것 만큼이나 지루한 반복입니다.

킹콩의 표정을 저 정도로 살려낸 테크놀로지에게는 박수를 쳐주고 싶고 묘하게 피터 잭슨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여겨지는 잭 블랙도 매력적이지만, 정작 히로인 나오미 와츠의 연기는 부담스러운 한편 평범하고, 애드리언 브로디는 도무지 존재가 느껴지질 않습니다. 배우들이 스스로 못난 배우가 아닌데도요.

뭔가 심하게 있을 법하던 벤처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알고보니 별 게 아니었고, 사실상의 ‘아버지’를 떠나보낸 꼬마 선원 지미도 전혀 성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이들은 도대체 왜 등장했던 걸까요? 죽어주러?

게다가 마지막에 나와서 “It was a beauty killed the beast”라고 설명해주던 잭 블랙은 심히 당황스럽습니다. 마지막 대사가 그것밖에 없나요? 쓸데없이 등장하는 벌레 몇 마리만 지워도 각본에 돈을 좀 더 쓸 수 있었을텐데.

조조영화를 예매해서 본 게 도대체 몇 년만인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조조영화로 보러 갔더랩니다. 기대를 잔뜩하고요. 쳇, 좀 더 잘 걸. 시간될 때 봤으면 될 것을. 와이어드와 씨네21이 난리를 쳐서 기대도 잔뜩했는데 쩝. 

그래도 이 포스트를 읽으면 킹콩의 좋았던 부분들만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늙고 지친 전사같은 느낌의 킹콩”에는 저도 콧날이 시큰하더라구요. 킹콩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4th, 2008 at 4:15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