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ettist

the long and winding road

Archive for the ‘애드리언브로디’ tag

다즐링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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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로열 테넨바움을 처음 봤을 때,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웨스 앤더슨의 옛 영화들을 뒤져야 했다. 기묘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마도 마약에 손을 대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그런 경험.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와 ‘바틀 로켓’을 보면서 중독은 서서히 자각되기 시작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보다보면, 호쾌하게 웃기란 쉽지 않다. 그저 계속 키득거릴 뿐이다. 그러다가 영화의 말미에 가면, 꼭 슬로우모션으로 결말이 난다. 그리고 그 때면 가슴 한 켠에 바람이라도 부는 듯 괜히 서글퍼진다. 아마도, 좋게 말하자면 페이소스라고 우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고약하고 지루하면서도 이상하게 시간 때우기용 코미디처럼 보이는 영화에게 ‘내게 진한 인생의 감동을 준 영화’ 식의 딱지를 붙여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마도 뉴욕주립대 영화과 수석 졸업생이 만들면 꼭 그럴 것처럼 만들어진, 자로 잰 듯한 연출과 흠잡을 데 없는 구성도, 교과서마냥 밋밋하고 심심하기만 했다. 기계적이고, 계산적이고, 냉정해 보이고, 가슴은 없고 머리만 있는 듯한 그런 모양새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결국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재미있다며 주위에 추천을 했고,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되곤 했다.

기대했던 만큼이나, 여전히 익숙하고, 여전히 그 모양이었다. 주인공들은 여전히 육체로만 나이를 먹고 있었다. 정신은 여전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생활을 하던 그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모양이었다. 캐릭터만 그런 게 아니라, 심지어 감독마저도 조금도 철이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이 먹기를 거부하는 늙은 소년들을 보면서, 아마도 나도 철이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키득대던 와중에, 영화가 끝나고 기차가 달리며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또 코끝이 시큰거렸다. 나이를 먹어야 한다고, 그게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라고, 아주 조용히 귓가에 속삭여 줬던 모양이다. 이 영화는.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5th, 2008 at 6:06 오전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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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는 얘기를 지나치게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사실 생각보다 실망입니다. 도대체 쥬라기공원과 킹콩의 대결이라는 설정도 너무 지나치게 아동용스럽고, 피터잭슨 스타일의 각종 희귀생물들과의 전투는 오우삼이 쌍권총 액션을 남발하는 것 만큼이나 지루한 반복입니다.

킹콩의 표정을 저 정도로 살려낸 테크놀로지에게는 박수를 쳐주고 싶고 묘하게 피터 잭슨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여겨지는 잭 블랙도 매력적이지만, 정작 히로인 나오미 와츠의 연기는 부담스러운 한편 평범하고, 애드리언 브로디는 도무지 존재가 느껴지질 않습니다. 배우들이 스스로 못난 배우가 아닌데도요.

뭔가 심하게 있을 법하던 벤처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알고보니 별 게 아니었고, 사실상의 ‘아버지’를 떠나보낸 꼬마 선원 지미도 전혀 성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이들은 도대체 왜 등장했던 걸까요? 죽어주러?

게다가 마지막에 나와서 “It was a beauty killed the beast”라고 설명해주던 잭 블랙은 심히 당황스럽습니다. 마지막 대사가 그것밖에 없나요? 쓸데없이 등장하는 벌레 몇 마리만 지워도 각본에 돈을 좀 더 쓸 수 있었을텐데.

조조영화를 예매해서 본 게 도대체 몇 년만인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조조영화로 보러 갔더랩니다. 기대를 잔뜩하고요. 쳇, 좀 더 잘 걸. 시간될 때 봤으면 될 것을. 와이어드와 씨네21이 난리를 쳐서 기대도 잔뜩했는데 쩝. 

그래도 이 포스트를 읽으면 킹콩의 좋았던 부분들만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늙고 지친 전사같은 느낌의 킹콩”에는 저도 콧날이 시큰하더라구요. 킹콩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4th, 2008 at 4:15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