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ettist

the long and winding road

Archive for the ‘나오미와츠’ tag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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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 넘치다고 말하기에는 액션/첩보물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진중하고,(약간 지루하고) 그렇다고 두뇌 플레이를 자극하기에는 총격과 추격만이 난무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정쩡한 영화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아마도 소재의 특이함 덕분이다. 결국 세상을 쥐고 흔드는 것은 은행이고, 이윤을 위해 분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은행가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부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영화는 쉽게 누군가에게 선/악의 굴레를 씌우지 않는다. 전통적인 ‘악인’이어야 할 은행가는 아들에게 바둑의 원리를 천천히 설명해 주는 좋은 아버지이자, 시스템의 도구일 뿐이고, 이 악인을 응징하는 인터폴의 형사는 결국 개인적인 원한과 복수심으로 인해 또 다른 악을 이용해 자신의 복수를 대신 집행하도록 할 뿐이다.

또 하나 이 영화를 기억에 남게 만드는 건 엄청난 규모의 제작비가 필요했을 호화 로케이션 덕분이다. 이스탄불과 뉴욕, 베를린, 리옹, 밀라노를 오가는 현지 촬영은 물론이고, 뉴욕에서의 구겐하임 미술관 총격 장면은 아예 구겐하임 로턴다와 똑같이 생긴 세트를 지어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벌집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턴다를 빙글빙글 돌아 내려가면서 살아남기 위해 총을 쏘아대는 등장인물들의 처절한 총격전은 망가지는 구겐하임이 주는 쾌감 못지않게 훌륭한 장면이기도 하다.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22nd, 2009 at 6:51 오후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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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는 얘기를 지나치게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사실 생각보다 실망입니다. 도대체 쥬라기공원과 킹콩의 대결이라는 설정도 너무 지나치게 아동용스럽고, 피터잭슨 스타일의 각종 희귀생물들과의 전투는 오우삼이 쌍권총 액션을 남발하는 것 만큼이나 지루한 반복입니다.

킹콩의 표정을 저 정도로 살려낸 테크놀로지에게는 박수를 쳐주고 싶고 묘하게 피터 잭슨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여겨지는 잭 블랙도 매력적이지만, 정작 히로인 나오미 와츠의 연기는 부담스러운 한편 평범하고, 애드리언 브로디는 도무지 존재가 느껴지질 않습니다. 배우들이 스스로 못난 배우가 아닌데도요.

뭔가 심하게 있을 법하던 벤처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알고보니 별 게 아니었고, 사실상의 ‘아버지’를 떠나보낸 꼬마 선원 지미도 전혀 성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이들은 도대체 왜 등장했던 걸까요? 죽어주러?

게다가 마지막에 나와서 “It was a beauty killed the beast”라고 설명해주던 잭 블랙은 심히 당황스럽습니다. 마지막 대사가 그것밖에 없나요? 쓸데없이 등장하는 벌레 몇 마리만 지워도 각본에 돈을 좀 더 쓸 수 있었을텐데.

조조영화를 예매해서 본 게 도대체 몇 년만인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조조영화로 보러 갔더랩니다. 기대를 잔뜩하고요. 쳇, 좀 더 잘 걸. 시간될 때 봤으면 될 것을. 와이어드와 씨네21이 난리를 쳐서 기대도 잔뜩했는데 쩝. 

그래도 이 포스트를 읽으면 킹콩의 좋았던 부분들만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늙고 지친 전사같은 느낌의 킹콩”에는 저도 콧날이 시큰하더라구요. 킹콩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4th, 2008 at 4:15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