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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ng and winding road

지구온난화라는 조작된 공포, 공포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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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지 못했던 그 사람은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과학자들도 아마 그랬던 모양이다. “지구온난화는 근거 없는 망상이다”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이거, 까딱 잘못했다간 ‘석유 재벌의 앞잡이’ 정도로 매도당하기 쉬워 보였던 것일 테다.

얼마 전 마이클 크라이튼의 타계 소식을 듣고는 새삼스레 그가 출간했던 책 목록을 뒤적이다 이 책을 발편했다. 공포의 제국. 2004년에 나와서 환경운동가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는데, 왜 그동안 금시초문이었나 싶었더니, 번역된 초판 1쇄가 올해 3월에 출간됐다. 미국에선 구간이었을지 몰라도, 이 정도면 한국에선 여전히 신간인 셈이다. 11월에 책을 샀는데도 초판 2쇄에 불과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책도 이렇게 안 팔렸나 싶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책을 1, 2권으로 쪼개 놓은지라 1쇄를 3000부만 찍는다고 해도 벌써 1만 부 정도는 대충 팔아치운 셈이다.

미국에서도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몹시 논란이 됐다고 하는데, 읽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구온난화가 왜 과장된 거짓 공포인지가 구체적인 각주와 함께 소개된다.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소개된 수많은 논문들, 가장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기후 관측을 해왔던 미국과 유럽, 일본의 기후 관측 통계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얼마나 환경에 대해 모르면서 떠들었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더 이상 지구온난화에 대해 쉽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책은 여러 가지 덕목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실증적인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이 그렇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의도는 환경 위기를 무시하자는 것도, 계속 지금처럼 화석 연료에 의존적인 삶을 살아가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모든 것이 ‘지구온난화’를 불러오고, 해수면을 높여 멀쩡한 나라들을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며, 기상 이변으로 온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는 공포를 조장하는 데 오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설 자체만으로 보자면 꽤 엉성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라면 초반에 등장했던 ‘마리사’와 청색 문어 일당들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했을 텐데, 플롯이 딱히 정교하질 못하다. 게다가 매우 복잡하고 다면적일 것으로 보였던 환경단체 내부의 역학관계도 결국에는 지극히 선-악의 이분법적 구조에 머물고 만다. 논문과 통계로 이뤄진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 논쟁은 물론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긴 하지만, 이걸 소설적으로 풀어낼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러니까, ‘만화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따위를 읽고 있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학습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 자체의 매력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보면 그게 마이클 크라이튼의 장점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우리가 이런 논쟁적이고 도발적이면서도 정교한 과학 소설들을 만날 기회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부재만큼 ‘눈에 띄게’ 줄어들고야 말았으니까.

Written by 가슴시린

11월 28th, 2008 at 2:25 오전

2 Responses to '지구온난화라는 조작된 공포, 공포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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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전에 정말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에요.
    전 후반에 반군 소굴에서 벌어지는 식인행위부분이 정말 맘에 들더라구요. 공포의 제국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해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 저도 그 부분이 괜찮았는데, 알라딘 서평 등을 보다보니 ‘오리엔탈리즘의 극치’네, ‘몰이해를 자극적인 소재로 감췄네’ 등의 반발도 있더군요. 역시, 세상은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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