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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ng and winding road

다빈치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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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와 영상은 정말 다릅니다. 저는 사실 다빈치코드를 읽으며 로버트 랭던을 상상할 때마다 랄프 파인즈를 떠올렸거든요. 퀴즈쇼의 잘 생긴 대학교수 퀴즈왕과 케케묵은 기호학자 사이에는 거리가 있지만 왠지 주인공이라면 그 쯤은 생겨줘야 할 것 같아서였죠. 하지만 의외로 톰 행크스는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더라구요.

바로 이 장면, 루브르의 피라미드에서 무릎 꿇는 이 장면에서 그걸 느꼈어요. 소설에서는 이미 긴장이 모두 해소된 이후라 읽는 입장에서도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장면이었는데 파리의 밤거리를 로즈라인을 따라 걷던 랭던의 모습을 영화가 재발견하게 해줬습니다. 마지막으로 루브르에 도착해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는 랭던의 모습은 압권이었어요. 과연 소설이 저렇게 멋진 결말로 끝났던가 의아할 정도로. 무릎을 꿇고 검을 쥐는 오른 손으로 왼쪽 손목을 잡아 복종을 나타내는 21세기 기사의 우아함. 그렇게 기품있게 당황해서 무릎을 꿇는 연기라는 건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닐테니까요.

영화는 소설 그대로입니다. 튀는 각색도 없죠. 감독은 그저 영화를 보다 빠르고 긴장감 넘치게 만들어보려 애쓰다 관객으로 하여금 템포를 놓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론 하워드 감독의 배우를 쓰는 방법 만큼은 탁월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듭니다. 필모그래피를 잠시 보자구요. 분노의 역류(Backdraft)는 커트 러셀을 20세기판 카우보이로 성공시켰고, 파앤어웨이는 니콜 키드먼을 사람들 머릿속에 콕 박아준 영화였죠. 톰 행크스는 스플래시, 아폴로13, 다빈치코드까지 론 하워드와 성장해왔고, 러셀 크로우는 뷰티풀 마인드와 신데렐라 맨에서 이 감독을 빛내줍니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들은 대개 저 배우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배우 말고는 볼 게 없는 영화”라고 평가절하했던 영화였지 않던가요?

그래서 가끔 놀라게 된단 말이죠. 뭔가 하나만 잘 하면 굶어죽지 않는다는, 인류가 수천년을 알아온 뻔한 진실의 재발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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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가슴시린

6월 15th, 2008 at 1: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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