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명의 미치광이
만명의 미치광이(10,000 Maniacs)라는 의미심장한 밴드의 이름은 우선은, 2천명의 미치광이(2,000 Maniacs)라는 B급 호러무비에서 따온 것이다…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이름은 우연인지 무엇인지 정말로 ‘의미심장’하다. 80년대를 살아왔고,(좀 역설적이지만, 레이건시대로 요약되는 이 시기는 유달리 68이후의 저항정신이 미국에서 나름대로 부흥했던, 그러니까 단순화를 시켜 보자면, 반동과, 그 반동에 대한 역반동의 시대이기도 하다. 한편에선 술쳐먹고 진한 화장을 한 채 자동차를 부수던 팝메탈밴드가 기승을 부리고, 한편에선 포크를 다시 꺼집어낸 대학가 인디 밴드들이 미래를 향한 도약을 시작하는…) 스테이지에서 정치토론을 벌일 준비가 언제라도 되어 있던 이 밴드에게 필요했던 건 아마도 단 만 명의 미치광이들이었을 것이다. 열성팬 일만명, 낙태의 자유와 반전 평화, 환경 문제를 노래하는 밴드에게 열광하는 일만명.
어찌 되었건, 밴드는 일만명이 훨씬 넘는 열성적인 팬들을 그들 대학 근처가 아니라 굉장히 멀리 다른 나라에까지 만들어내게 되었고, 덕분에 나탈리 머천트는 ‘반항아’라는 딱지를 영광스럽게 이름 앞에다 달고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병으로 인해 밴드 활동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혹은 밴드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운신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등등 말들이 많지만, 어쨌건, 그녀는 미치광이 밴드에서 나와 솔로로 독립하였다. 여러 분분한 말들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단 하나, “열여섯에 노래를 시작할 때부터 서른이 되면 솔로로 독립하겠다고 말해왔다.” ㅤㅉㅡㅂ. 멋지다, 솔직히.
솔로로 독립한 이후의 나탈리 머천트는 정치적 성향이 짙은 노래들을 피하고 라이브 위주의 활동을 벌이며, 여성 뮤지션들의 “소리지르고 헤드뱅잉하지 않아도 아이를 데려와 조용히 앉아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콘서트 여행 ‘릴리스 페어(Lilith Fair)’에 참여한다. 더 이상 무대에서 길길이 뛰며 정치 토론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탈리에게 사람들은 ‘성숙’이라는 딱지를 안겨 주기 시작한다. 글쎄, 난 이 말이 참 우습다. 나이 먹어서 뛰기 힘들고(나탈리 머천트는 뇌막염이기도 했었다.), 숨찬 노래보다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조용히 들려줄 수 있을 노래를 부르고 싶은 ‘부모의 나이’가 되었다고 해서 ‘성숙’의 딱지를 붙여준다면 또 별개의 문제이다. 하지만, 전처럼 대놓고 정치 토론 한 판 붙자 외치지 않는다고 ‘성숙’했다며 칭송한다면, 그건 그 소위 찬사라는 걸 써발기는 미디어의 횡포다.
정-박이 정동진을 노래하고, 집에 돌아오는 골목 풍경을 노래한다고 해서 다시 ‘시인의 마을’을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니듯, 하지만 그들의 현재 모습은 시인의 마을의 연장임에 분명하듯, 나탈리 머천트의 현재 역시 일만명의 미치광이들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일만명의 미치광이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너 스스로에 대해 말해봐>
에덴에서 쫓겨난 이후로
모두들 알다시피 우리는 기쁨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어
아담이 갈비뼈를 부러뜨려
우리를 태어나게 한 이후로 말야
그래, 그래, 난 이제 알겠어
네가 너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너 스스로에 대해 말해봐
네가 널 어떻게 말하는지 난 이제 알 수 있어 너 스스로에 대해 말해봐
네가 널 어떻게 말하는지 난 이제 알 수 있어 너 스스로에 대해 말해봐
Ever since Eden
We’re built for pleasing everyone knows
Ever since Adam
Cracked his ribs and let us go
I know, oh yes I know
What you tell yourself, you tell yourself.
I know what you tell yourself, you tell yourself.
I know what you tell yourself, you tell yoursel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