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ettist

the long and winding road

Adieu, 선덕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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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회였다. 반년 넘게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챙겨가며 봤던 드라마다. 이렇게 열심히 드라마를 본 건 모래시계 이후 처음이라고 늘 얘길 해왔는데, 생각해보니 모래시계보다도 더 열심히 봤던 셈이다. 게다가 지금은 모래시계가 하던 시절보다 드라마를 챙겨보기 더 힘든 시대인데.

모래시계보다 선덕여왕이 더 뛰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서사다. 미실이 죽고나서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던 팽팽한 긴장감. 미실 이전의 선덕여왕이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그 충돌을 보여줬다면, 미실 이후의 선덕여왕은 권력을 떠나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그 충돌을 보여준다. 그래서 서사의 마지막 장이 가져야만 하는 비장함을 얻었고, 극의 품격을 마지막까지 떨어뜨리지 않았다. 억지 감동으로 마지막을 끝내는 다른 무수한 드라마들과 기본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드라마 마지막회가 이렇게 머리를 깊이 울리는 건 처음이다. 망치가 아니라 보신각종을 타종하는 거대한 나무기둥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 마무리라는 건 이렇게 하는 것이란 걸 느꼈다. 드라마 관계자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그리고 미실을 시청자들에게 돌려준 정모 씨에게도 고맙다.

Written by 가슴시린

12월 23rd, 2009 at 8: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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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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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다. 이럴 수가. CG에 처음 놀라고, 비주얼만으로도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다.

Written by 가슴시린

12월 17th, 2009 at 1: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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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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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 넘치다고 말하기에는 액션/첩보물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진중하고,(약간 지루하고) 그렇다고 두뇌 플레이를 자극하기에는 총격과 추격만이 난무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정쩡한 영화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아마도 소재의 특이함 덕분이다. 결국 세상을 쥐고 흔드는 것은 은행이고, 이윤을 위해 분쟁과 갈등을 조장하는 은행가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부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영화는 쉽게 누군가에게 선/악의 굴레를 씌우지 않는다. 전통적인 ‘악인’이어야 할 은행가는 아들에게 바둑의 원리를 천천히 설명해 주는 좋은 아버지이자, 시스템의 도구일 뿐이고, 이 악인을 응징하는 인터폴의 형사는 결국 개인적인 원한과 복수심으로 인해 또 다른 악을 이용해 자신의 복수를 대신 집행하도록 할 뿐이다.

또 하나 이 영화를 기억에 남게 만드는 건 엄청난 규모의 제작비가 필요했을 호화 로케이션 덕분이다. 이스탄불과 뉴욕, 베를린, 리옹, 밀라노를 오가는 현지 촬영은 물론이고, 뉴욕에서의 구겐하임 미술관 총격 장면은 아예 구겐하임 로턴다와 똑같이 생긴 세트를 지어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벌집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턴다를 빙글빙글 돌아 내려가면서 살아남기 위해 총을 쏘아대는 등장인물들의 처절한 총격전은 망가지는 구겐하임이 주는 쾌감 못지않게 훌륭한 장면이기도 하다.

Written by 가슴시린

6월 22nd, 2009 at 6:51 오후